책 리뷰_1984
제목 : 1984
이 책을 읽은 건 3 개월 전 즈음 이었다. 조지 오웰이라는 유명한 소설가의 한 작품이지만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냉전 시대에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폐해를 다룬 뻔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아마존의 최고 ebook, 아니 현시점에서 최강의 ebook 인 아마존 킨들을 구매한 상태고, 구글 북스에서 구매한 책도 넣을 수 있다하여 어디 적당히 시험삼아 넣을 만한 책이 없을까 하고 찾다가 지인을 통해 괜찮다(?)는 얘기를 들어 구매하게 되었다. 구매 당시 번역본이 출판사마다 달라서 고민하던 중 출판사 별 번역 수준을 비교한 블로그의 글을 통해 을유문화사가 그나마 좋다는 평이 있어 이 번역판을 선택하였다.
처음 사진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옛 냉전시대 구 소련의 장군같은 모습을 한 콧수염이 짙은 남자의 이미지가 마치 동지들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소설 내에서의 빅 브라더스는 두 눈만 시퍼렇게 뜨고 있는 이미지만 보여준다.
내용을 살펴보면, 오세아니아 라는 가상의 나라에서는 정부가 그 나라 사람들의 사생활,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생각과 언어까지도 통제하려 하고 있었고, 정부 언론 편집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한국기준 5~7급 정도 될듯)인 주인공 윈스턴은 지속적으로 답답해하며 무엇인가 이 나라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 혁명과 반란의 불씨를 키우게 된다. 결국 금지된 행동들도 하고 일탈도 하다가 반란 세력의 주동자인 골드스타의 조직에 직접 관여하게 되지만, 정부군에 의해 발각되고 고문과 세뇌를 당하여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 스스로도 빅 브라더스에게 진심으로 사랑하고 복종하고 순종하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퀼리브리엄과 같이 배경이나 상황이 비슷한 영화들을 접해서 그런지 내용은 그렇게 참신하지 않지만, 이 소설에서는 현재 상태에 대한 묘사를 매우 세밀하고 현실감있게 하여(자세히 말하면 비현실적인 상황을 주인공이 현실감있게 반응하여) 더욱 몰입하게 하는 것 같다. 한 예로 주인공이 일하는 중앙 정부의 언론 기관에서는 이전의 기사나 기록을 매일 현재 상황에 맞추어 조작하고 은폐하는 작업을 하며, 심지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선전을 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내용을 뒤바꾸어 말하기 한다. 중요한건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은 그것에 대해서 아무도 의심을 하지않을 정도로 무지하고 순종적인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얼마나 무지한지 정부의 3대 슬로건이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쏙, 무지는 힘 이며, 기관의 명칭도 고문하는 곳이 애정부, 언론 조작하는 곳이 진리부, 국방부가 평화부 이다. (오세아니아 주변국인 유라시아와 이스트아시아 중 "유라시아가 우리 동지들의 주 적" 이라고 실컷 선전 하다가 갑자기 바로 "이스트아시아가 주적" 이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옳소"라고 동조하기만 한다.)
사실 3 개월 전에 읽어서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두 가지가 생각난다.
첫째는 책의 중반에서 결말로 가는 중 또 하나의 인물인 오브라이언과 주인공 위스턴과의 대화이다. 오브라이언은 처음에 윈스턴이 가지고 있었던 답답함을 혁명이라는 실천을 하도록 만드는 사람으로, 반란 세력의 참모인 골드스타인의 밑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조직원 행세를 한다. 실제는 빅 브라더스 조직의 수뇌부로서 가상의 반란 세력 골드스타인을 만들어서 윈스턴과 같이 빅 브라더스에 반기의 마음을 갖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지속적으로 고문하고 세뇌하여 굴복하게 한다. 윈스턴이 잡혀서 전기 고문과 세뇌를 당하던 중 윈스턴이 "도대체 빅 브라더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왜 나라의 발전도 없이 단지 사람들을 구속하고 통제만하는가" 라고 묻자,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얘기한다. "빅 브라더스의 목적은 권력이다. 어차피 너네들이 반란을 해봤자 또 다른 빅 브라더스, 권력을 만드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처음에는 책을 읽고 뭐 그렇구나 라고 생각 했다가, 되새기고 보니 이말은 결국 인간들의 자연스러운 본성이 빅 브라더스를 통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람들의 욕심은 범위도 넓고 끝이 없지만, 결국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 권력에 귀결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안에서 합리성을 조금만 첨가해도 이 소설과 같이 극단적인 세상은 아닐것이지만.
두 번째는 책의 결말 부분으로, 빅 브라더스에게 완전히 마음과 뼛속까지 복종하게된 윈스턴의 모습을 그린 장면이다. 지속적인 고문과 세뇌로 인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신념과 믿음을 모두 저버리고, 현재 빅 브라더스의 권력이 지배한 세상에 진심으로 적응해버린 윈스턴은 결국 눈물까지 흘리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윈스턴은 죽음을 당하게 되며, 이것은 오브라이언이 "당신을 고문으로 죽게 하지 않고, 완전히 복종해서 빅 브라더스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상태까지 되었을 때 죽일 거야." 라고 말한대로 였다. 심지어 이러한 죽음은 "고문당해서 죽게 되면 훗날 반란의 마음을 가진 후예들이 당신들을 기리고 기억하며 더욱 혁명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당신이 빅 브라더스에 의한 죽음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도록 할꺼야" 라고 오브라이언이 말한 것처럼 빅 브라더스의 지속적인 권력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믿음을 저버리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고, 그 순간은 소위 멘붕이 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신념과 믿음이 애초에 틀린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새로운 믿음과 신념을 만들려고 한다. 이 또한 빅 브라더스의 권력욕과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동물로 표현하자면 주변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해 나가는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 말은 곧 세상에는 그 어떤 절대적인 믿음과 신념이 없다는 것의 반증이며, 주변 환경과 시대 상황, 사람들의 성질과 기질에 따라 선택한 방향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단지 어떤 믿음과 신념을 선택한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뭔 헛소리인가 할 수 있겠지만, 뭐 암튼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고, 다 읽고 나서는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어차피 나도 인간인지라, 크게든 작게든 내 주변 상황에 적합한 믿음과 신념으로 무장하고 소소한 권력 챙취를 위해 기회를 엿보며 살아가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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