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_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제목 :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6개월 전 즈음 하나의 얇은 영문 소설을 톨박사로부터 건네 받았다. 제목과 책 표지 색에서 느 껴지는 첫 인상은 어릴 적 읽었던 셜록홈즈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고, 책 두께도 얇아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낼름 받아서 읽어 보았다. 톨박사는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넌지시 말해줬고, 그래서 그런지 내용도 단순하고 단어도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나에게 매우 큰 인상을 준 책이 되었다. 이유는 주인공 소년이 내 어릴적 모습, 또는 지금의 나와 약간 닯은 점이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주인공 소년은 장애가 있다. 소위, 집단에 적응되지 않은 정신 발달 장애인 아스페르거 증후군을 갖고 있으며 보통 자폐아적인 증상을 동반한다... 즉, 내가 그런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소설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정신 발달 장애를 가진 15살 소년 크리스토퍼는 평소 귀여워 하던 이웃집 개 웰링턴이 한밤중에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도 커다란 쇠스랑에 찔려서.. 크리스토퍼는 강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혼자서 추리를 하며 탐문 수사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죽은 줄 알았던 엄마가 살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심지어 개를 죽인 범인이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크리스토퍼는 몰래 아빠에게서 도망나와 엄마를 찾아나섰고, 결국 엄마와의 재회 및 아빠와의 오해를 풀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크리스토퍼는 마지막까지도 아직 아빠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는 듯 했으나..
 언제나 그랬듯이 책을 읽고 몇 개월 후에 후기를 작성하지만, 신기하게도 당시 책을 읽고 받았었던 감명과 인상깊었던 부분들은 희미하게 머리속을 맴돌고 있다. 이 책은 15세 소년 크리스토퍼의 시점에서 복잡한 미사여구 없이 단순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읽기가 매우 편했다. 크리스토퍼는 자폐아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논리적인 부분에서 매우 똑똑한 아이였고 사고 방식이 아주 간단하고 명확했다. 소설 중간 중간 과학적인 현상들을 설명하거나 개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추리를 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쉽게 풀어 쓴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지루하지 않고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이러한 서술방식이 나의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마음은 점점 편해지면서도 점점 몰입을 했었던 것 같다. 마치 내가 크리스토퍼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도 아스페르거 증후군과 같은 증상이 있었다는 것을.. 아니 지금도 어느 정도 그러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나의 모습을 인지 하고 있었고 이따금씩 나 자신을 스스로 복기 해보곤 했었지만, 이렇게 잘 정리된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처럼 느낀 적은 전에 없었던것 같고, 마치 내 일기를 읽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책 두께도 얇고 어린이도 읽기 편한 소설이라 해서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서는 그 여운을 느끼며 한참을 조용히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30여년이 지나고 이제서야 진짜 나의 본 모습을 마주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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