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_헝거 게임 3부작



제목 : 헝거게임 (3부작)

   1년 전에 헝거게임 영문판 3 부작을 얻게 되어 읽기 시작하였고, 이제서야 완독을 하였다. 누군가는 뭔 책 3권을 1년 넘게 읽냐고도 하겠지만, 솔직히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언제나 내가 그렇지만 계획대로 된 적이 없기도 하고.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의 주 원인은 영문 소설, 그것도 나의 첫 영문 소설이라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여러가지를 느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모르던 영어 단어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한 예로 "빛나다" 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만 해도 shine, glint, gleam, glow, shimmer, gliter, glisten, sparkle 등등. 물론 이 단어들의 의미는 큰 틀에서는 비슷하나 쓰여지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고, 또는 거의 똑같아서 대체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어도 "빛나다" 라는 뜻으로 "반짝이다", "아른거리다", "번들거리다", "일렁이다"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알 수 없는 단어들로 인해 사전 찾아가면서 읽다보니 너무도 오래걸렸고, 소설이라 비유가 많아서 해석하는데도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은 문장도 많았다. 처음 시작할 때 읽는 속도가 2시간 평균 3 페이지였다. 웹 사전에 저장한 단어수만 2천개는 넘는다. 읽다가 너무 화가나서 (내용 때문이 아니고. 사실 화날만한 내용도 없다) 집에 와서 책을 던져버린 경우도 있고, 한 몇달을 처박아 둔 적도 있다. 그래도 꾸역 꾸역 읽다보니 한 부를 마무리할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내가 영문 소설 한권을 읽다니.) 다음 시작을 위한 동기 부여가 되서 계속 읽게 되었다. 물론 또 사전 찾아가면서 읽다가 스트레스 받고, 또 책 던지고, 또 읽고. 이렇게 1년 넘게 반복해서 3 부작을 모두 읽었다.
 내용은 과거 헐리웃 영화에서 본 듯한 내용으로, 크게 보면 줄거리는 예측이 되는 뻔한 이야기였다. 어려운 상황속에서 불의에 맞서는 한 여자 캣니스 에버딘의 험난한 여정.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하는 두 명의 남자와의 운명같은 삼각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매우 잘 팔린 스테디 셀러임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읽고 나니 그런것 같다. 이야기는 자체는 크게 흥미롭지 않으나, 그 이야기를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지루하지 않게 서술하여 술술 읽히도록 하였다. (1년 넘게 술술 읽었다.) 현재 소설 속 시대 및 사회적 상황, 뒤틀린 인간관계, 복잡한 정치적 관계 등등. 모두가 우리 인간들이 사는 모습과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래서 읽는데 불편함이 없이 공감하고 집중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헝거 게임" 안에서의 세밀한 전투 장면 묘사는 영문임에도 흥미진진하게 읽은 기억이 난다. (다행히 흥미진진한 부분에는 어려운 단어가 없었다. 항상 지루한 부분에서 모르는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이 날은 책이 mokingjay 처럼 날아간다. 방구석으로.)
 가장 크게 느껴지는 아쉬운 점은 마무리 부분에 있다. 한 예로 두 남자와의 삼각 관계는 중반부까지는 여자가 줄타기 하면서 재밌게 진행되다가, 책 후반부에 가면서 별로 크게 다뤄지지 않더니 결국 한 남자인 피타 멜라크와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로 마무리 된다. 반면, 어릴 때부터 캣니스 에버딘과 개고생하며 서로의 사랑을 알게 모르게 키워온 또 한명의 남자 게일 호손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지막 전투 이후 새로 탄생된 정부에서 한 자리 맡으며 나름 잘 살고 있다 카더라로 끝난다. 또한 마지막 전투에서 주인공 친구들이 대부분 순식간에 몰살되지만 (돌연변이와 캐피톨이 파놓은 함정들 때문에 순삭 당한다.) 뭐 전쟁이 원래 인정사정 없잖아 하는 듯이 크게 다루지 않고 쉽게 넘어가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 전투 승리 후 캣니스 에버딘이 캐피톨의 우두머리 스노우를 죽이려다 반란군의 중심에 있는 코인을 죽이는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켰지만, 이후 조용히 상황이 정리되었다 카더라 하는 부분. 물론 보다보니 재밌어서 무엇인가 더 극적인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를 내가 원해서 일 수도 있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헝거 게임" 이라는 살육의 현장에 두 번, 전쟁까지 합하면 세 번 이상의 잔인한 경험을 겪은 인간의 정신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을 것이므로, 그 동안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은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매일 악몽을 꾸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그토록 잔인하고 지겹기까지한  전쟁이 드디어 종결된 이후 무슨 생각을 할까. 나였으면 삼각관계고 정치고 나발이고 한 동안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멍때리고 있을 것 같다. 가만히 흔들 의자에 앉아 맑은 하늘이나 보면서 몸과 마음이 쉬는 시간을 주고 싶을 것이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 소설이 쓰여진 것을 생각할 때, 마지막 부분이 순식간에 마무리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스럽고 자연스러운 마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영어 단어 때문에 고생하고 책도 수십번 날아다녔지만, 그래도 1년 넘도록 개미처럼 조금씩 읽어가면서 완독을 한 것에 일단 너무 뿌듯하다. 이렇게 긴 시간을 읽었음에도 여운이 남을 정도로 수잔 콜리스가 이야기를 잘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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